연분홍의 벚꽃 이미지는 화사한 봄날의 따스한 기운을 더욱 힘차게 밀어 올립니다 동백꽃,벚꽃,개나리, 은행나무,사과나무... 구체적인 형태를 드러내지 않는 표현 방식으로묘사가 주는 긴장감이나 지루함이 없애고 사실적인 묘사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으로 유채 특유의 화려한 발색을 뽐내봅니다 ■ 임 진 숙

디지털 미디어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리얼리티(realité)’와 ‘버추얼(virtual)’에 대한 인식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저서에서 ‘시뮬라크르(Simulacra)’와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 개념을 제시하며 디지털 시대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하이퍼리얼리티는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고 가상적 경험과 상징 시스템이 실제 경험을 대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초현실’ 상태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다층적 기호(sign)와 미디어의 중첩으로 구성되며, ‘원본적 현실’과의 직접적 대면을 상실한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 AI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가상적 정체성, 이미지, 텍스트는 점차 ‘시뮬라크르’로 진화하며 독자적인 기호 세계를 형성함으로써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해체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소셜 미디어는 자기표현의 주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인스턴트 메신저, 쇼츠(short video), 직업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개인의 현실 생활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완벽한 역할’을 구축하여 관심을 획득하려 한다. 이 현상은 연구자에게 호기심과 불안을 동시에 유발했으며, 〈분열된 현실〉 시리즈 창작의 동인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실제 정체성과 불일치하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행위는 과연 정체성 확립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결핵의 회피인가? 이 작품군은 소셜 미디어상의 직업적 정체성 전시(셰프, 사진작가, 교사, 변호사 등)에 주목한다. 직업 관련 콘텐츠 공유를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인설’을 구축하는 과정은 자기 형성의 방식이면서 동시에 과장·왜곡·기만을 수반하는 가면 놀이(masquerade)로 작동한다. 이러한 가상적 정체성과 현실 생활의 괴리성은 본 연구의 핵심 탐구 대상이다. 데이비드 조슬릿(David Joselit)은 『애프터 아트(After Art)』에서 “이미지는 복제, 리메디에이션(remediation), 다양한 속도로의 전파 능력을 통해 막대한 힘을 획득한다. 이 힘을 진보적 목적에 활용하려면 이미지를 파생물·무의미·기만적 존재가 아닌 자체적 효력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는 인간의 정체성과 기호를 지속적으로 복제·해체·재구성한다. AI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비인간적 논리’를 지닌 시각 이미지를 창조함으로써 기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작가의 죽음(La mort de l'auteur)’ 이론에 따르면, 작품 완성 후 그 의미는 관객의 해석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예술 체험에서 관객의 주체성을 강화한다.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미지 전파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다. 브랜드, 깃발, 캐릭터, 소셜 미디어 ‘좋아요’ 아이콘 등은 현대 사회의 대표적 기호들이다. 연구자는 콜라주 기법과 비선형적 화면 구조를 통해 관객의 리얼리티 인식을 교란시킨다. 관객은 AI 생성 기호와 이미지가 함의하는 의미를 자율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AI 생성 이미지는 ‘가상적 리얼리티’를 상징함과 동시에 기술이 창작에 개입하고 전통적 예술 경계를 재편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연구자는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가상 이미지를 캔버스에 전사함으로써 가상 콘텐츠의 물질적 현실 전환을 표상한다. 이후 수공예적 채색과 오브제 콜라주 처리 과정을 통해 촉각적 리얼리티를 재부여한다. 이는 물리적 실체와 AI 가상 이미지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관객이 접하는 이미지는 현실의 직접적 재현이 아닌 디지털 데이터와 수제작이 공동 구축한 ‘하이퍼리얼’ 공간이다. 이 방식은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 관계를 가시화하며 예술가와 AI의 협업이 ‘창작자’ 개념을 재정의하는 과정을 폭로한다. 가상과 현실의 결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구자는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고안했다. QR 코드, 웹사이트 링크, 거울, 카메라 등 요소를 작품에 삽입하여 스캔 시 온라인 페이지로 이동, 은폐된 ‘정체성 내러티브’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관객은 작품 체험에 참여하며 가상-현실 경계 변이 과정을 체감한다. 연구자는 디지털 픽셀 흔적과 불완전한 생성 디테일을 의도적으로 노출시켜 ‘인공성과 기계성이 공존’하는 이미지 특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기술과 인간의 협력 관계를 인지하고, 이러한 협력이 리얼리티와 버추얼의 경계를 해체하며 ‘진정한 리얼리티’에 대한 성찰을 유도받는다. 〈분열된 현실〉 시리즈는 기술이 예술 창작과 관객 체험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며 예술의 본질을 재고한다: 가상이 리얼리티로 포섭되는 오늘날, 우리 역시 ‘가상화된 리얼리티’ 속에 거주하고 있는가? 버추얼과 리얼리티의 경계는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가? 동시대 디지털 문명 속 정체성의 다층적 양상을 예술적 언어로 해체한다. ■ MA BAOQ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