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이즈는 국내미술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연중1~2회에 걸쳐 유명작가와 중진 · 원로작가들의 우수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시를 마련
하고 있습니다.
 
갤러리이즈 기획초대 ‘주도양 - Somnium(꿈)’
2013.08.14 - 2013.08.20
제 1, 2 전시장
주도양
 

[전시개요]


빛과 손으로 옮겨 지은 풍경

주도양은 사진매체가 지닌 고유한 성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면서, 세상 속 풍경이 하나의 시각 이미지로 구현되었을 때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그에게 사진이란 타 예술의 형식과 구별되는 하나의 장르이기보다 그것의 기계적 속성이 어떻게 외부세계의 형상을 평면 위로 옮겨 오는지, 또한 그렇게 옮겨진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대상을 바라보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유도하는 일종의 회화적 표현수단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유독 사진기에 의한 재현효과보다 사진 자체가 지닌 메커니즘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결과로 산출되는 이미지에 더 집중해 온 것으로 보인다. 화가에게 붓과 안료를 이용해 회화적 표현기법을 완벽하게 터득하여 자유로운 표현에 이르는 과정이 있다면, 주도양에게는 그 연구대상이 사진이자 사진을 통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얻어내기 위해 연구한 여러 방법들이 그만의 화법을 완성해가는 일련의 과정인 셈이다.

최근에 들어 그는 기존에 사진기와 디지털편집방식을 이용해 이미지를 담아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카메라를 제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진을 인화하여 패널로 제작하는 전 과정을 일체의 수작업으로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는 본인의 작업에서 사진이 회화적 표현의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음을 자체적으로 강조하는 과정인 동시에, 사진이미지의 기계적 생산과정에서 외부의 개입으로 작품의 진정성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작가적 사유의 결과로 보인다.

전시의 대표작인 <Hexascape>는 바로 이러한 작가의 고민이 시각적으로 잘 드러난 작업이다. 커다란 원형의 이미지 속에 세상의 모습을 담아냈던 기존 작업들을 떠올려 봤을 때 <Hexascape>는 구슬 형태의 견고한 구조 속에 압축되어 있던 세상의 이미지가 밖으로 자유롭게 풀어져 나온 듯한 인상을 준다. 여러 시점에서 동시에 촬영된 이미지가 하나의 화면에 담겨 있지만, 각각의 이미지가 중첩된 부분은 흐릿한 잔상처럼 표면 위에 머물고 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이미지가 안착된 표면의 특성과 대상이 재현되는 방식도 변화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모노톤의 안료가 미세한 요철을 지닌 종이 위에 살포시 얹혀 있는 형상이다. 사진을 이용한 디지털콜라주 방식으로 눈으로 볼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담아내려 했던 과거의 작업을 떠올려보면 그 차이를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공간의 세부 모습이 매끈한 종이 위에 선명한 색채로 인화되었던 과거의 작품과 달리,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화면 전반에 걸쳐 일정한 밀도로 유지되고 있는 명암의 정도와 종이 표면에 색이 올라간 양상에서 일종의 석판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빛으로 기억된 외부세계의 이미지가 수채물감과 천연재료를 혼합, 이용한 수차례의 인화과정을 거쳐 종이 위에 재현된 것이다.

작품 속에서 도시공간이 재현된 모습에서도 이전과 차이를 보인다. 360도의 시점에서 촬영하여 하나의 공간을 온전하게 한 화면에 담아냈던 것과 달리, 이제 도시 공간은 여러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채집된 이미지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작가가 손수 제작한 사진기로 이미지를 채집하고 이를 인화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우연적 효과가 커다란 동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작가는 금속재질의 저금통에 여섯 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필름을 말아 넣어 한 장소에서 우연히 채집된 이미지들을 직접 인화하여 패널로 제작하는데, 여기서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기는 사진의 감광원리만이 기본적으로 작용할 뿐이다. 작가는 빛이 필름 위에 새긴 이미지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에 인화하는 과정에서 필름 속에 담긴 이미지를 최초로 확인하게 된다. 우연적 효과에 의해 이미지를 얻는 과정에서 작가는 개인의 조형감각에 의지하여 이미지를 취사선택하고, 관객은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이전에 보여준 작업이 수십 장의 사진을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이어 붙여 인간의 시야 너머에 있는 시점의 표현까지 하나의 완벽한 구조 안에 담아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라면 이번 작업을 통해 작가는 그와 정반대로 우연적 효과를 작품에 적극 끌어들이고, 이미지를 이어 붙이는 방식에 있어서도 작품을 촬영할 때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여백을 의도적으로 남겨두어 시점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이끌어내고 있다.

여기서 발견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서로 다른 시점에서 동시에 촬영된 이미지들이 하나의 평면 위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이미지 사이의 여백에서 장소가 지닌 시간성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분명 동시적 시점에서 필름에 새겨진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가 서로 중첩된 부분과 이미지가 잔상처럼 사라지는 효과로 인해 오히려 기존의 작업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공간의 시간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까지 빠짐없이 묘사될 수밖에 없었던 이전의 작업방식은 이미지의 공간성이 화면의 전면에 드러나 감상의 일차적 대상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작업은 이미지의 우연적 효과를 동반한 아날로그적 제작방식으로 인해 도시의 공간성을 담은 이미지에 시각적으로 시간성이 가미된 결과를 낳았다.

즉, 하나의 사진작업이 완성되기까지 거치는 일반적인 제작과정에서 벗어나 수작업의 형태로 작업을 전환한 결과, 작가는 이미지를 ‘만드는’ 혹은 ‘짓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대상의 이미지를 우연적으로 채집하여 예기치 못한 효과들을 허용함으로써,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획득해나간다. 사진의 완벽한 재현논리로 탄생한 이전의 작품들에서 화면 속 대상의 피상적 아름다움이 감상의 주요 대상이었던 것과 달리, 도시 공간에서 관찰되는 인공과 자연의 대립구조, 도시의 공간성과 시간성 등의 주제가 감상과 해석의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시각적 효과에서 기인한 결과다.

이처럼 그가 만든 세상의 이미지는 인간의 눈에서 시작하여 바라보는 대상과 보는 주체의 관계, 나아가 대상에 대한 관심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도양의 작업이 복합적인 시공간의 흐름 속에 머무는 세상의 모습을 어떻게 시지각의 문제 안에서 회화적 이미지로 복원시키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할 때, 그에게 사진은 하나의 흥미로운 시표현의 가능성을 열어준 매체임은 분명하다. 그는 사진과 영상매체에 의한 기술적 형상을 이해하는 기술적 상상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에서, 그러한 인식의 방법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시각적 이미지의 생산원리와 과정을 해체, 재구성하면서 이를 차근차근 확인시켜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가 빛과 손으로 옮겨 지은 풍경은 작가가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며, 그것이 곧 예술을 이해하는 시작점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일깨운다. ■ 황정인(독립큐레이터)